전 세계 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초래하는 핵심 동력인 엔 캐리 유동성은 단순히 금리 차이를 넘어 일본과 해외 국가 간의 성장률 격차에서 기인합니다. 하지만 2024년 하반기부터 미국 및 유로 권역과 일본의 성장률 차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엔 환율만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엔저가 경제 펀더멘털과 심각하게 괴리되어 있음을 의미하며, 결국 시장은 이 간극이 메워지는 과정에서 두 가지 중 하나의 경로를 걷게 될 것입니다.
첫 번째 경로는 미국의 실물 경제가 환율 수준을 정당화할 만큼 강력하게 살아나는 경우입니다. 2026년을 LLM 투자의 수익화 원년으로 삼은 IT 섹터를 필두로 기업 이익이 급증하며 실적 장세가 펼쳐지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경우 강달러 기조 속에 엔 캐리 레버리지는 유지될 수 있으나, 견조한 경기 흐름 탓에 연준의 추가적인 달러 유동성 공급은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즉, 시장은 정책적 지원 없이 오로지 기업의 성적표만으로 버텨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두 번째 경로는 환율이 결국 좁아진 성장 및 금리 차이를 따라 엔 강세로 회귀하는 경우입니다. 미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고물가에 신음하는 일본 내 여론이 엔저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으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그동안 쌓여온 거대한 엔 캐리 레버리지는 급격히 청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자산 시장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겠지만, 역설적으로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미국의 양적완화 가능성을 열어주며 향후 유동성 장세로의 전환 기틀을 마련하게 됩니다.
결국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일본 내각의 정치적 불안 요소를 근거로 두 번째 경로인 엔 강세와 그에 따른 시장 충격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현 행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이 양적완화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동성 공급이라는 구원투수가 등장하기까지 시장이 감내해야 할 고통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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